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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르고스(Burgos)의 하루
    세계 여행기(2018. 5月 ~2020.4月) 2018. 6. 8. 07:58

    잠에서 깨어나 부르고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행기를 놓쳐서 우왕좌왕하는 악몽을 꾼 후였다.      '비행기표는 확실히 끊었지, 그랬으니 여기에왔지'
    낯선 침대에서 깨어 그렇게 깨닫고 안도했다.

    아마 그 꿈은 산티아고로 가야한다는, 여전히 길게 남은 여정의 압박감일거라 생각하며 꽃가루 알레르기로 간지러운 눈을 살폈다.

    나는 이런식의 악몽을 여행할 때 종종 꾸곤한다.
    사소한 기쁨과 불쾌한 긴장감 을 넘나드는 경험인데, 여름에 몸을 두꺼운 이불로 덮어 더 덥게했다가 시원해진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일부러 더덥게 할 필요는 사실 없잖아.

    이틀 전에는 벨로라도(Belorado)에서 부르고스(Burgos)까지 50.4km 를 걸었다.
    그 날 왠지 모르게 힘껏 탄력받은 컨디션으로(점심에 맛있는 핫도그를 세 개나, 카푸치노와 양껏 먹은 것 때문 아닐까) 흥분해버린 나머지 하루동안 50km를 걸어 이곳까지 오게된 것이다.

    무리한 몸을 쉬며 이틀은 편히 묵을 요량으로 에어비앤비로 집을 빌렸다. 왼쪽으로는 공립알베르게가, 오른쪽으로는 원뿔형의 뾰족한 첨탑들이 특징인 성당이 내려다보이는 맨션이다.

    몸이 약간 무겁고 열기가 있는게, 이전의 피로와 추위가(스페인의 6월 날씨는 정말로 변덕스럽다) 감기기운을 부르는 듯했다.

    이럴 때는 영양가있는 식사를 해야한다.
    대강 머리를 정리하고 숙소 바로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해물 파스타, 닭고기요리와 샐러드를 시켜 한 껏 배불리먹었다.
    붉은 해물 파스타 소스가 약간 칼국수 맛이나서 칼칼한게 마음에 참 들었는데, 포크로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스페인 요리는 빠에야같은 쌀음식 이라든지,
    짭짤하거나 칼칼한 소스의 조합이 다른 유럽음식에 비하면 한국음식 입맛에 적합하다.

    이제 꽃가루-로 추정되는 무언가 를 막아줄 마스크를 사러가야했다.

    종종 무언가의 홀씨가 프랑스에서부터 길에 엄청나게 날리는데, 이전에는 내가 이런 알러지가 있는지도 몰랐건만 코하고 눈이 심하게 간지럽고 자극되어 버틸 수가 없었다.
    눈 알러지약을 써가며 하루하루 견디고있었다.

    시내의 약국에서 방진 마스크 두 개를 사서, 착용했는데 꽝이었다. 방독면을 찬 것 같은 모양새가 우스꽝스러워서 부끄럽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마스크 한 개는 환불할까 시도해봤지만 직원은 손사레를 친다.
    '방금 샀는데 좀 해주면 안되나' 하는 불만이 있었지만 - 사실 이 화는 요새 내가 깨달은 재정적 문제에서 기인하기도했다
    말하기 껄끄러운 심정을 극복하고 두 번이나 이야기해보았다, 그것으로 되지않았을까.

    ' 그래, 난 내가 할 수 있는걸 했으니 잊자.'

    그런 혼란감을 안고 저녁으로 칼국수 맛의 파스타를 또 먹을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솔직히 그 요리 이외에 내일 걸을 생각은 하고싶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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