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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베르게[albergue]
    세계 여행기(2018. 5月 ~2020.4月) 2018. 7. 28. 19:57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산을 오르는(그래서 더 힘들 것으로 짐작되는) 코스를 지나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좋든 싫든 당신은 5시 반쯤 다른 사람이 짐을 싸는 소리에 깨어나게 돼있다. 그때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불을 부여잡고 눈을 감은 채 화장실을 지금 갈까말까 하는 고민정도 뿐이다. 그렇게 조금 버티다가 마음 속으로 온갖 욕을 하면서 일어난다, 아니면 아래층 미국인 - 어제 내가 침대 이층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침대가 흔들려 눈치가 보인 - 과 눈이 마주쳐 겸연쩍게 인사를 건넨다. ⠀⠀⠀⠀⠀⠀⠀⠀⠀⠀⠀⠀⠀⠀⠀⠀⠀⠀⠀⠀⠀⠀⠀⠀  
     보통의 알베르게를 편히 쉬는 장소라고는 보기 힘들다. 그러니까 예약도 안하고 늦은 시간에 오는, 나 같은 사람은 사실 이렇게 물어봐야한다. "8시간정도 몸을 누울 수 있는 고무 매트리스가 남는 게 있을까요?" 당연히 1층 침대는 기대하지않는 게 좋다. '베드버그'가 올라오는 걸 막기위해 실리콘 같은 재질로 덮어놓은 침대는 뭔가 달라붙는 느낌을 준다. 여튼 생소하고 꽤 거친 느낌이다. 간단히는, 불편하다. 그게 싫다면 침낭을 깔거나 시트를 사면 되지만. ⠀⠀⠀⠀⠀⠀⠀⠀⠀⠀⠀⠀⠀⠀⠀⠀⠀⠀⠀⠀⠀⠀⠀⠀
     그렇게 궁시렁궁시렁 불평을 하다가 숙소를 나와 걸으면 나오는 첫 마을 정도에서 카푸치노와 아침식사를 한다. 그러면 기분이 꽤 나아진다. 여기에 와서 카푸치노와 또르띠야의 맛을 알게되었다. 그러고는 해가 떠서 더워지기 전에 서둘러 길을 가다가 중간중간 콜라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아는 사람을 만나 인사를 하고… 그러다보면 다음 알베르게에 도착해 빈 침대를 물어보는 나를 발견한다. ⠀⠀⠀⠀⠀⠀⠀⠀⠀⠀⠀⠀⠀⠀⠀⠀⠀⠀⠀⠀⠀⠀⠀⠀
     순례길은 이제 후반부이고 다음 여행을 아직 정하지 못해 조바심이 좀 날 때가 있다. 일단 스페인 북부를 조금 돌아다니고, 포르투갈에 갔다가… 그 다음은 진짜 모르겠다. 숙소에 도착하면 반바지 차림으로 동전을 챙겨 맥주 한 잔 할 바를 찾아 어슬렁거릴 뿐이다.

    인터넷과 전자책, 만화는 훌륭한 안주와 놀이거리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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