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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스(Burgos)의 하루세계 여행기(2018. 5月 ~2020.4月) 2018. 6. 8. 07:58
잠에서 깨어나 부르고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행기를 놓쳐서 우왕좌왕하는 악몽을 꾼 후였다. '비행기표는 확실히 끊었지, 그랬으니 여기에왔지' 낯선 침대에서 깨어 그렇게 깨닫고 안도했다. 아마 그 꿈은 산티아고로 가야한다는, 여전히 길게 남은 여정의 압박감일거라 생각하며 꽃가루 알레르기로 간지러운 눈을 살폈다. 나는 이런식의 악몽을 여행할 때 종종 꾸곤한다. 사소한 기쁨과 불쾌한 긴장감 을 넘나드는 경험인데, 여름에 몸을 두꺼운 이불로 덮어 더 덥게했다가 시원해진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일부러 더덥게 할 필요는 사실 없잖아. 이틀 전에는 벨로라도(Belorado)에서 부르고스(Burgos)까지 50.4km 를 걸었다. 그 날 왠지 모르게 힘껏 탄력받은 컨디션으로(점심에 맛있는 핫도그를 세 개나, 카푸치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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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랜스 암스트롱세계 여행기(2018. 5月 ~2020.4月) 2018. 6. 8. 06:56
카미노는 많은 길이 그렇듯 언덕과 평지의 반복이다. 윈도우XP의 배경화면을 옮겨놓은것 같은 풍경들을 보면서 길을 걷다보면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 헷갈려서 길에 멈춰서 오랫동안 보고싶어지곤한다. 하지만 그럴만한 기력이 없을 때가 많다. 다음 마을까지 아직 갈 길이 멀기도하고.⠀⠀⠀⠀⠀⠀⠀⠀⠀⠀⠀⠀⠀⠀⠀⠀⠀⠀⠀ '풍경이 예쁜데 힘이 없어서 사진을 많이 못찍겠어요' 나를 포함한 많은 순례자들이 나누곤하는 푸념이다. ⠀⠀⠀⠀⠀⠀⠀⠀⠀⠀⠀⠀⠀⠀⠀⠀⠀⠀⠀⠀⠀⠀⠀ 약간 변태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는 오르막길을 좋아한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 더 힘이 난다. 걸을수록 단단하게 힘이들어가는 허벅지와 다리근육, 가빠지는 호흡을 딛고 산 정상을 정복하듯 계속 올라간다. '나는 이걸 잘 견뎌내버린다', 극복한다, 이겨낸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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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에스텔라(Estella)세계 여행기(2018. 5月 ~2020.4月) 2018. 6. 2. 00:34
마포구 라디오 방송에서 DJ겸 작가로 일한 적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서 이름을 따서 '류라카미 라디오'라 코너 이름을 짓고, 대학생활부터 문화생활이야기까지 신변잡기 얘기를 다 하는 코너였다. 중간에 한 번, 끝날 때 한 번 추천곡을 선정해서 틀곤했다. 팝송, 인디밴드에 푹 빠져있을 때였다. 스무개 방송 중 청취자 수가 뒤에서 2~3등 정도로 꼴찌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매주 방송국 게시판의 청취율표를 보며 내 방송을 듣는 수십명의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신기했던 시절이었다. - 걸으면서 지루할 때면 워크맨을 켰다. '소니 NW-A45', MP3P시장이 사장되다시피한 지금도 계속 모델이 출시되는 워크맨 시리즈이다. 여행 떠나기 전날까지 급하게 만든 '끝내주는 세계여행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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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플로냐, 성곽에 기대어세계 여행기(2018. 5月 ~2020.4月) 2018. 5. 31. 23:52
인사는 이제 "Vien camino!" 로 바뀌어있었다. 투우와 황소로 유명한 대도시 '팜플로냐'에 도착했다. '산 페르미' 축제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도시 곳곳에 옛 건축물들과 성벽이 남아있고, 스마트폰을 쓰는 젊은 남녀와 아이들이 이러한 풍경과 함께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저 성곽은 옛날에는 전쟁이 벌어졌을 수도 있고 도시를 지키든가 하는 다른의미 였을 것이다. 시대가 지나 현재는 과거와의 유대감을 느끼게해주는 상징적 건축물이 되었다. 역사가 그런게 아닐까, 대를 이어서 과거를 느끼게 해주는 것. 나는 앞으로 가상현실게임이 주류가 될 다음 세대나 손자에게는 결국 옛세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얘기는 나눌 수 있다. " 저기 저 성벽 아래에서, 내가 친구들 하고 놀거나 할머니하고 데이트를 하곤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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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수비리세계 여행기(2018. 5月 ~2020.4月) 2018. 5. 31. 23:33
- 중세영문학2 강의시간, 3~6교시 - -- " (...)제프리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는 30여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캔터베리에 있는 Thomas Becket 성인의 묘를 향해가는 순례자들(pilgrims)로서, 당시 여러 신분 계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 … - 영문과 학생이었던 나는, 강의실 뒷편 창가 쪽에 앉아있었다. 강의실 안으로 따사로운 햇살은 내리쬐고… 낙제생이던 나는 끔벅끔벅 졸고.. 그랬던 내가 예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성 야곱의 무덤을 찾아가는 진짜 pilgrim이 되어있었다. 여정 곧곧에 마주하는 표지판의 그림과 pilgrim이라는 단어가 자주 그 사실을 느끼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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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다세계 여행기(2018. 5月 ~2020.4月) 2018. 5. 31. 23:25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국경을 넘었다. 순례자들은 도보여행중 만나면 서로 'Bon Camino!' 하고 인사한다. 아마 '좋은 순례길 되시길!'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불어(Bon= 좋은, 잘)와 스페인어로 '길'을 뜻하는 'Camino' 가 합쳐진 이 인사가, 현재 프랑스에서 스페인에 걸친 국경을 걸어서 넘는 현재 우리들의 상황을 잘 말해주는 듯 했다.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는 대형 기숙사를 생각하면 된다. 2층 침대로 가득찬 숙소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00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타월을 저마다 벽면에 건 모습은 또 다른 장관을 나아냈다. 저녁 식사후 미사를 하는 시간도 있었다. 돌아와서 스마트폰을 켜보니, 와이파이가 잘 되지않았다. 로밍된다던 유럽 유심도 안터졌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버터가 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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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 생장 피에드 포르세계 여행기(2018. 5月 ~2020.4月) 2018. 5. 30. 03:38
'산티아고 순례길을 왜 걷는가?' 이유를 찾을 구실이야 많았다. 신자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 성당에 친구 따라가서 점심을 먹곤했고, 성당의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파울로 코엘료가 방황하던 시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깨달음을 얻고 작가가 되기로 했다는 이야기부터 그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었던 일. 하지만 정말 왜 걷는가? 에 진심으로 명확히 답할 것은 없었다. 예전부터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고, 내 이번 여행의 버킷리스트에 오래전부터 적혀져있기에 왔다. 생각해보면 거의 항상 행동의 동기를 완전히 정리한다음에 움직이려고하는 경향이있었다. 이번에는 걸으면서 왜?와 이게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나서 정리되는 문제들도 많다. 그렇게 생장피에드포르를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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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욘(Bayonne), 건축을 생각하며세계 여행기(2018. 5月 ~2020.4月) 2018. 5. 28. 05:06
바욘(Bayonne)에서 우연히 산책하다가 발견한, 자연과 함께하는 아파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은 뛰놀고, 푸른 나무와 잔디가 함께하며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건축을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고(故) 정기용 건축가께서 설계하신 전북 무주 공설운동장이 생각났다. 마지막 사진 몇 장은 무주 공설운동장의 사진이다. 등나무가 자연스레 감고 올라가 지붕과 그늘을 만들도록했다. " 건축은 단순히 건물만 짓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일’입니다. 건축가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어떻게 보살피고 반영할지 고민하는 사람이죠." - 정기용, 중에서 - 나는 앞으로 네 가지의 건물을 지을 것인데, 나무와 풀이 함께하는 학교, 질병치료센터, 공동거주공간, 그리고 나의 집을 짓고싶다. 푸르른 잔디와, 언덕, ..